양명학과 삶

in ko •  2 months ago 

나는 요즘 내가 공부하는 양명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동양철학 중 유학의 한 분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자세, 삶이 주는 문제를 인간이 풀어가야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통찰을 주는 묘한 학문.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양지.

그 한 점 양지에 비춰볼 수 있으므로, 누구나 자신의 선택이 옳은 지 여부를 느낄 수 있는 선천적 능력이 있다.

양지에 비추어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 돼지를 잡은 경험을 얘기하며, 그런 얘기를 한다. "마음에 거칠 것이 없으면 돼지를 잡아도 아무렇지 않다."

그 마음이 양지다. 도살장에서 가축을 잡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런데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것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 차이가 무엇인가. 바로 마주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는 해야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양지를 실현한다는 것은 매사에 양지에 부합하게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지를 실현하면 '매사에 거칠 것'이 없으므로 불편한 감정이 있을 리 없다. 편안하다. 이것을 양명학에서는 양지 실현의 효과로서 진정한 즐거움, 즉 진락(眞樂)이라고 한다.

나는 그 진락이 바로 '마음의 평온'이라고 생각한다. 양지를 실현하면 마음이 평온하다. 내 논리에 따르면 양지의 실현은 생(生)이다. 즉, 제대로 생이 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음의 평온을 구하려는 자세는 곧 제대로된 생을 구하는 자세, 다시 말해 제대로 양지를 실현하려는 자세를 의미하게 된다.

양명학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중요한 사상으로 천지만물일체론을 빼놓을 수 없다. 천지만물일체 사상은 매우 간단 명료한 사고 체계이다. 하늘과 땅, 그 사이의 만물은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이다. 나와 너와 같은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 자연 현상, 흙 한줌, 물 한 그릇이 모두 한 몸이다.

오호 이거 재밌는 사고다. 모두가 한 몸이라니. 이해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아주 허무맹랑하진 않다. 이미 서양에서는 지구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가이아 이론이 나온 지 오래되었다. 동양철학적 관점에서의 천지만물일체는 가이아 이론보다 더 넓은 범주를, 더 오래 전에 짜임새있게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대단하다.

천지만물일체론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일단 한 몸이라는 걸 전제하면 내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무수한 커뮤니케이션을 우리는 천지만물로 확대하여 그 의미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다리가 간지러우면 어떻게 하나. 우리는 그저 긁을 뿐이다. 다리가 간지러운 건 어떻게 알았나. 간지러운 느낌 자체가 언어다. 다리가 어떤 조치를 해달라고 부르는 외침이다. 그러한 외침이 들려오면 팔은 손을 내밀고, 바지를 걷어 올리며, 손은 손톱을 세워 해당 부위를 정확히 긁는다. 때론 다리를 당겨서 긁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가려운 곳은 다리고, 긁은 것은 손톱인데, 그 과정에서 여러 몸의 부위가 협력하고, 함께 움직여서 그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오호! 느껴지는 것이 있지 않나.

천지만물일체가 한 몸이라면, 그리고 내가 몹시 무언가가 간절하다면, 천지만물은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당기며, 손톱을 세우는 것처럼, 이것 저것 여기 저기를 동원하여 나의 간절함을 긁어줄 것이다.

그럼 어떻게 간절함을 얘기해야하나. 어떻게 외쳐야 하나. 가려운 다리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다리는 어떻게 가려움을 호소했나. 그저 가려웠을 뿐 아닌가. 에이 싱겁다. 하지만 그게 답이다.

우리는 그저 간절하면 된다. 간절하게 원하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간절함은 충분하다. 그것을 오래전에 '시크릿(Secret)'이라는 책에서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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